직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관행 중, 분명히 ‘잘못되었다’고 느끼지만 아무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회식 자리의 강요, 위에서 찍어내려오는 일방적 소통, 업무 시간 이후에도 이어지는 카톡 업무지시. 이런 문화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직장인들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이직률 증가, 조직의 비효율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왜 우리는 이런 문화를 알면서도 참는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해 현실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접근합니다.
바뀌지 않는 갑질과 조직문화의 실태
한국 직장 문화의 대표적인 특징은 ‘눈치 문화’와 ‘위계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특히 연차가 낮거나 신입사원일수록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운 구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잘못된 문화가 관행으로 굳어지고, 오히려 이를 문제 삼는 사람을 '예민하다'거나 '조직에 적응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한 중소기업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팀 전체가 1차~3차까지 회식을 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겉보기엔 ‘팀워크를 위한 친목 시간’이지만, 사실상 상사의 취향과 스케줄에 맞춰 모두가 따라야 하는 ‘강제적 의무’였고, 이를 거절하면 인사평가에 불이익이 따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아무도 "이건 부당하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원래 이 회사가 그래", "다들 버티니까 나도 버텨야지"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보고 체계의 부조리가 있습니다. 상사가 원하는 형식과 말투로 보고하지 않으면 ‘이해력이 떨어진다’, ‘센스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 문화입니다. 업무 성과보다는 스타일, 눈치, 분위기 파악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런 구조 속에서는 진짜 실력보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능력’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렇듯 잘못된 문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 깊숙이 뿌리내리고, 구성원들은 마치 그것이 ‘정상’인 것처럼 인식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정상성 착각(Normalization of Deviance)' 현상이며, 위험하고 비효율적인 문화를 지속시키는 핵심 원인 중 하나입니다.
왜 잘못된 문화는 고쳐지지 않는가?
잘못된 조직문화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침묵의 동조자 현상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말하지 않기 때문에, 그 침묵이 곧 동의로 해석됩니다. 예를 들어, 팀장이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하더라도, 구성원 누구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으면, 팀장은 자신의 방식이 올바르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결국 모두가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말하지 않았다"고 후회하더라도, 이미 문화는 고착화되어 버립니다.
2. 기득권 구조의 유지
조직 내 고위직일수록 기존 관행에서 얻는 이득이 많습니다. 회식 문화는 관리자 입장에서는 팀원들과의 관계를 다지기 위한 기회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상명하복식 권위를 강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보고 방식 강요 역시 ‘관리하기 편한 방식’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실무자 중심의 효율적 구조로 바꾸길 꺼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피드백을 허용하지 않는 리더십 문화
변화를 위해선 리더의 개방성과 수용 태도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많은 조직에서는 상사에게 의견을 제시하면 ‘고자질’, ‘도전적’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습니다. 수직적 리더십이 강한 문화에서는 하향식 지시만이 존재하고, 상향식 피드백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로 인해 ‘개선 제안’ 자체가 봉쇄되며, 변화는 더디게 이루어집니다.
더 나아가, 일부 조직은 '우리는 가족 같은 분위기야'라는 슬로건으로 모든 부조리를 감싸려 합니다. 이 말은 마치 '불편해도 감수하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하며, 문제제기를 차단하는 도구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잘못된 관행을 바꾸는 현실적인 방법
이제는 ‘누군가가 바꾸겠지’라는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작은 변화부터 시작할 때입니다.
1. 개인의 인식 전환
먼저,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다들 그러니까 나도"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솔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태도와 행동에 변화가 생기며, 주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식 참여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거나, ‘일은 근무시간 내에 끝낸다’는 원칙을 명확히 세우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2. 소규모의 행동 연대
변화는 혼자보단 함께할 때 더 강력합니다. 동료들과 함께 ‘이 문화는 불편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익명 설문이나 피드백을 통해 조직에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어떤 기업에서는 ‘사내 문화 개선 TF’를 자발적으로 구성해,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구조를 만든 경우도 있습니다.
3. 리더십의 변화 요구
관리자나 팀장이라면, 스스로가 관행을 답습하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합니다. 팀원에게 피드백을 요청하거나,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 "다르게 해볼 아이디어가 있는지"를 묻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시작됩니다. 리더는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일 뿐 아니라,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안전한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4. 제도와 규정 활용
회사의 공식적인 제도나 외부 법률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근로기준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고충처리 절차 등은 우리가 문화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입니다. 익명제보 시스템이나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공식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단, 이때는 감정적인 접근보다 객관적인 사실과 제안을 바탕으로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당신의 작은 행동 하나가 문화 전체를 바꿀 수 있는 씨앗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조직문화의 변화는 ‘용기 있는 1인’에서 출발했음을 기억하세요.
결론: 요약 및 Call to Action
조직 내 잘못된 관행은 오래될수록 당연한 듯 자리잡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점점 무뎌집니다. 하지만 그 ‘익숙함’이 우리의 삶과 정신을 갉아먹는다면, 반드시 바꿔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불편함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말하지 않으면 계속될 것이고, 누군가 시작해야 끝날 수 있습니다. 오늘, 당신이 그 시작이 되어주세요. 당신의 작은 말 한마디가,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