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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를 쓰고도 못 내는 이유 (심리분석, 퇴사, 번복)

by 퇴근요망 2025. 4. 18.

사직서를 쓰고도 못 내는 이유 (심리분석, 퇴사, 번복)

 

사직서를 쓴다는 건 단순히 회사를 떠나고 싶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의 일과 환경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메시지이자, 삶의 방향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은 사직서를 작성하고도 끝내 제출하지 못합니다.

왜 우리는 마음을 먹고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까요? 이 글에서는 직장인이 겪는 번아웃, 책임감, 불안, 그리고 사직서 뒤에 숨겨진 진짜 심리를 깊이 있게 분석해봅니다.

퇴사라는 결정을 유예하는 수많은 직장인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 선택이 결코 나약함이 아니라는 사실을 되새겨보려 합니다.


사직서를 쓰게 되는 직장인의 감정적 한계

사직서를 쓰는 순간은 언제 찾아올까요? 단 한 번의 사건으로 마음이 정리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은 누적된 스트레스, 반복되는 무력감, 그리고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아주 천천히 다져집니다.

그 속도는 느리지만, 깊이는 점점 깊어집니다.

직장인들은 하루 8시간 이상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며, 상사의 눈치를 보고, 고객의 불만을 듣고, 동료와의 갈등 속에서 스스로를 조율해야 합니다.

처음엔 ‘적응’이라고 생각하며 참아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소모되고 있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할 때, 사람은 퇴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어느 날 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사직서’라는 파일을 새로 만드는 순간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이건 진짜야”라는 마음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손끝이 떨립니다.

감정은 복잡합니다. 억울함, 후련함, 아쉬움, 두려움이 뒤섞여 있고, 이런 감정을 누군가와 공유할 수도 없습니다.

많은 이들이 사직서를 쓰며 눈물을 흘립니다.

글을 쓰는 도중 ‘내가 여기까지 참았구나’라는 감정이 몰려오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그 문서를 프린트하고, 어떤 이는 이메일 초안에 저장해둡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바탕화면 어딘가에 저장만 하고 끝이 납니다.

사직서 작성은 마음의 정리를 위한 ‘의식’과도 같은 과정인 셈입니다.


사직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이유: 현실이라는 벽

사직서를 쓰는 건 감정의 표현이지만, 제출하는 건 현실을 뚫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마지막 순간에 멈춰 서게 됩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불안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직장은 단순히 ‘일하는 곳’이 아니라 생존의 수단입니다.

특히 결혼을 했거나, 아이가 있는 경우, 한 달 월급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가족의 삶을 유지하는 생계선입니다.

당장 퇴사한다고 해서 다른 직장이 바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며, 이직 시장은 생각보다 냉정합니다.

스펙이 부족하거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둘째는 사회적 시선과 관계의 부담입니다.

“벌써 그만두는 거야?”, “무책임하다”, “다음 회사는 정했어?”와 같은 질문들이 퇴사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특히 팀의 리더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부담은 더 큽니다.

나 하나가 빠졌을 때 팀원들이 받을 충격이나 혼란을 생각하다 보면, “조금만 더 있다가 떠나자”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게 됩니다.

 

셋째는 불확실성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입니다.

퇴사를 한다는 건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내가 가려는 방향이 맞을까? 더 나은 곳이 존재할까? 오히려 지금보다 나빠지는 건 아닐까? 이처럼 불확실한 미래는 많은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특히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이들은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퇴사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계속 결정을 미룹니다.

 

마지막으로는 자기검열과 자책입니다.

“버티지 못하는 내가 나약한 걸까?”, “이런 걸로 회사를 그만두면 안 되는 거 아닐까?” 등,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떠오릅니다. 결국, 마음은 떠났지만 몸은 다시 출근버스를 타게 되는 이유입니다.


사직서를 다시 저장하는 사람들의 진짜 속마음

사직서를 작성하고 다시 저장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나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가장 성숙한 선택입니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판단하려는 시도, 그 자체가 이미 한 걸음 앞선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사직서를 저장해두는 행위는 여러 감정이 뒤엉킨 결정 유예 상태입니다.

지금 이 회사를 떠나고 싶은 건 분명하지만, 이 결정이 충동적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조금 더 나은 조건에서 떠나고 싶다’는 현실적인 욕구가 그 안에 있습니다.

또한, 저장해둔 사직서는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힘들다. 하지만 아직 이 모든 걸 버릴 만큼 준비되지 않았다”는 신호인 거죠.

많은 사람들이 이 문서를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 혹은 또 한 번의 이직 계획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그 문서가 오래될수록, 마음도 성숙해집니다.

어떤 사람은 결국 그 문서를 삭제하고 남기로 결심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수개월 후 정말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중요한 건, 저장된 사직서가 단지 ‘미룬 결정’이 아니라, 스스로와의 깊은 대화라는 점입니다.

사직서에는 단순한 글 이상이 담겨 있습니다.

회사를 떠나려는 나, 그리고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나. 그 둘 사이의 대화이자 타협입니다.

그리고 이 대화는 반드시 의미가 있습니다.

자신의 경로를 점검하고, 삶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결론: 퇴사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사직서를 쓰고도 다시 저장한 당신, 그것은 절대 나약함이 아닙니다.

당신은 충분히 고민했고, 충분히 아팠으며, 그만큼 성숙하게 결정하고자 했을 뿐입니다.

지금은 그저 준비되지 않았을 뿐이고, 그 시간은 당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퇴사는 인생의 큰 전환점입니다.

단순히 힘들어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수많은 감정과 이해관계,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결정하지 않은 당신’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직서를 쓰고도 저장한 그날은, 단지 끝이 아니라, 더 나은 시작을 준비하는 날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건 누구보다 당신이 잘 알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