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단어, ‘워킹맘’.
이 단어는 단순히 직장과 가정을 병행하는 여성이라는 의미를 넘어, 현대 사회의 구조적인 한계와 개인의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을 말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와 일, 두 영역을 오가며 무한한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워킹맘의 하루는 끝나지 않는 마라톤입니다.
이 글에서는 워킹맘이 겪는 대표적인 세 가지 고통 — 육아와 업무의 병행, 정시 퇴근에 대한 죄책감, 눈치 속 외로움 — 을 통해, 그들이 왜 지치고 고립되는지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나아가 조직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육아와 업무의 이중 과부하
워킹맘의 하루는 시계보다 아이의 울음과 등원 시간에 맞춰 돌아갑니다.
아침 6시 기상, 아침밥 준비, 옷 입히기, 유치원 체크, 등원 준비… 그 사이 본인도 씻고 준비하며 자신보다 가족의 일정을 우선하는 삶이 기본값이 됩니다.
출근길은 늘 시간과의 싸움이며, 회사에 도착해서도 아이가 잘 등원했는지, 발열은 없었는지, 알림장은 제대로 챙겼는지 걱정이 계속됩니다.
하지만 워킹맘의 고통은 단지 물리적 바쁨에서만 오지 않습니다.
업무 중에도 머릿속은 끊임없이 분산됩니다. 오전 회의를 하다가도 유치원에서 전화가 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아이 열이 38도예요” 한마디면 당장 조퇴할 방법을 찾기 위해 동료와 팀장 눈치를 살펴야 합니다.
더구나 잦은 병원 방문이나 육아로 인한 결근, 유연 근무 요청이 암묵적 불이익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 있는 사람은 책임 있는 프로젝트 맡기기 어려워”, “이번엔 그냥 빼자, 일정 안 맞을 것 같아” 같은 말들은 표면적 배려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경력 단절로 가는 입구가 됩니다.
조직은 이 상황을 단순히 “개인의 사정”으로 여겨선 안 됩니다.
워킹맘이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으려면 육아로 인한 조퇴, 지각, 유연근무가 불이익이 되지 않는 제도가 필수입니다.
대표적인 대안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가시적인 워킹맘 복귀 지원 프로그램 운영
- 부서 내 역할 기반 업무 분장 시스템
- 사내 육아 관련 커뮤니티 운영 및 정기 간담회
- 출산·육아 이력에 따른 경력 인정 기준 마련
워킹맘이 ‘사라졌다가 돌아오는 직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직이 먼저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시 퇴근, 일찍 나간다는 죄책감
워킹맘의 정시 퇴근은 선택이 아니라 아이의 하원 시간에 맞춘 필수 미션입니다.
하지만 회사 안에서는 정시 퇴근이 여전히 ‘눈치’를 요하는 행동입니다.
퇴근 시간이 다가와 서류를 정리하거나 가방을 드는 순간, 주변 동료들의 무심한 시선이나 한마디가 워킹맘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벌써 가요?”, “오늘은 야근 못 하시죠?”, “이 일 급한데요…”
이런 말은 때로는 농담이지만, 워킹맘에게는 내가 팀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인식을 각인시킵니다.
결국 워킹맘은 퇴근 후에도 메신저 확인, 야간 보고서 작성, 아이 재운 후 10시~1시 재근무 루틴에 익숙해지고 맙니다.
아이를 돌보느라 ‘보이지 않는 시간’을 보낸 워킹맘은 평가 기준에서도 불리합니다.
야근하지 않는다는 이유, 회식에 빠진다는 이유, 일정 조정이 잦다는 이유 등으로 승진에서 배제되거나
“잠재력은 있는데 조직 기여도가 부족하다”는 식의 평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조직이 ‘성과와 기여’를 시간으로 평가하는 문화에서 비롯됩니다.
정시 퇴근을 당당하게 할 수 있으려면 다음과 같은 제도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 성과 중심 평가제 도입 (OKR, KPI)
- 야근과 회식 중심 문화 타파 캠페인
- 출퇴근 자유시간제, 탄력 근무제 도입
- 리더들의 솔선수범 정시 퇴근 실천
정시 퇴근은 특혜가 아니라, 아이를 돌보기 위한 사회적 책임 이행입니다.
워킹맘이 죄책감 없이 퇴근할 수 있는 조직이 진정한 ‘일-가정 양립’을 실현하는 곳입니다.
눈치와 외로움, 말 못 하는 감정노동
많은 워킹맘은 조직에서 고립감을 느낍니다.
회사에서 아이 얘기를 꺼내는 것이 민폐처럼 느껴지고, 업무 중 조퇴를 요청하는 것 자체가 ‘팀에 누’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워킹맘 스스로를 말하지 않는 사람, 불편함을 감추는 사람으로 만들고, 감정적 외로움을 가중시킵니다.
특히 여성이 적은 부서나 남성 중심의 문화에서는 워킹맘이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기 쉽습니다.
“나는 애도 없는데 왜 네 사정까지 고려해야 해?”라는 말은 직접 듣지 않아도 분위기만으로도 전해지고, 이는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집니다.
심지어 어떤 워킹맘은 사무실 내에서 자신의 ‘엄마 역할’을 철저히 숨기기도 합니다.
아이 사진을 책상에 놓지 않고, 돌잔치 사진을 공유하지 않으며, “일은 일로 보이길 바란다”며 스스로를 이중의 역할로 단절시킵니다.
이러한 감정노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심리적 안전지대와 표현의 자유가 필요합니다.
조직은 워킹맘의 입장을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구조가 효과적입니다:
- 사내 워킹맘 전용 채널 또는 슬랙 그룹 운영
- 매월 1회 워킹맘 간담회 및 애로사항 수렴 회의
- 익명 감정 피드백 플랫폼 도입 (ex. 팀블라인드, 마음챙김 게시판)
- 심리상담 프로그램 및 워킹맘 전용 휴식 공간 마련
조직은 단지 ‘업무 효율’을 넘어서 사람이 존중받는 공간이어야 하며,
워킹맘이 마음 놓고 말할 수 있어야 진짜 조직문화 개선이 시작됩니다.
결론: 워킹맘은 조직이 함께 키워야 할 사람
워킹맘은 ‘누군가의 엄마’이기 이전에 ‘조직의 핵심 인재’입니다.
그들이 겪는 고통은 개인의 이슈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돌봄과 노동의 구조적 불균형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조직은 더 이상 ‘배려’라는 말로 워킹맘의 자리를 한정짓지 말고, 그들이 일터에서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육아는 핑계’, ‘정시 퇴근은 특권’이라는 낡은 인식을 버리고, 워킹맘이 정상적인 직장인으로 인정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짜 일-가정 양립입니다.
육아는 사회의 미래이고, 워킹맘은 그 미래를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그들이 버티는 게 아니라,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조직이 먼저 변화해야 합니다.
워킹맘을 지지하는 조직, 그것이 진짜 좋은 조직입니다.